캄보디아 교민들이 오랜만에 희망을 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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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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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마이뉴스 2025.12.11.에 실린 글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는데 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캄보디아 괜찮으냐고? 귀국하는 것이 어떠냐고?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에서 다시 분쟁이 일어났다. 이번엔 지난번과는 달리 양상이 심각하다. 전투기가 출격하고, 전차가 등장하고, 로켓이 발사되었다. 사상자도 많이 발생했다. 이 불안함이 또 언제까지 이어질까?
올해 한 해 캄보디아 교민들은 단 하루도 마음 편안한 날이 없었다. 교민들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피해는 오로지 교민들 몫으로 남아 있다. 교민들의 우울하고, 불안하고, 암담한 현실을,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누가 달래 줄까? 마음 놓고 안길 곳이 없다.
12월 11일,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초등부 학예발표회가 CKCC(Cambodia Korea Cooperation Center) 강당에서 열렸다. 강당 입구에는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껴지도록 한글 사랑과 조선 왕실의 모습이 꾸며져 있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강당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간다.

구양주 교장의 인사말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 아이들 공연을 보며 함께 웃고 박수치고, 즐기다 보면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작은 빛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우리 아이들 속에서 해외의 낯선 땅에서도 대한민국의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학교에서 하는 여느 학예회는 어른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애잔한 마음이 뒷맛으로 남아 씁쓸하였는데, 빛과 희망이라니. 그렇게 학예회 문이 열렸다.
초등학교 1학년 부채춤으로 학예회 문을 열었다. 초등학교 1학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은 넘치고 넘쳐난다. 그런데 자기 몸만 한 부채를 들고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자 애쓰는 마음이 그대로 와닿는다. 관중들은 어린 천사들의 강림을 박수와 환호로 맞이한다. '나 조금 틀렸어. 너무 속상해'하는 듯한 안타까운 표정으로 무대를 내려오는 그 모습조차도 너무 아름답다.

이어지는 리코도 선율에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간다. 마을 풍경, 친구와 장난치며 학교를 오가던 모습, 학교 마치고 친구들과 여기저기로 쫓아다니던 모습, 명절날 설레던 기분,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하였던 시간. 그때는 조금 부족하고 아쉬웠는데, 오늘은 그때가 그리워진다. 리코더 연주가 끝 날쯤, 그동안 조금씩 내 마음에 쌓여왔던 먼지가 선율에 따라 다 날아간 느낌이다. 몸이 가벼워진다.
한국인이라면 뼛속 깊이 스며있는 탈춤, 사물놀이, 태권도. 태권도에서 우리의 강인한 힘이, 꽹과리 소리에서 우리의 흥이 솟아나고, 북소리에서 잠자고 있던 우리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흥이고 두근거림인가? 관중석에서 "얼쑤", "잘한다"라는 추임새를 넣어 준다. 우리의 정체성에, 그 정체성으로 인한 공감에 기분이 절로 올라오고 새로운 힘이 생긴다.
우리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노래한다. '싸우지 않는 세상, 평화로 가득한 곳', '웃음 많이 넘치는, 행복 가득한 세상', '사람 많이 모여도 안전한 세상', '사랑하는 친구와 매일 같이 모여서', '꽃과 새가 노래하고, 동물들과 어울려', '넓은 잔디밭에서 맘껏 뛰게 해주세요'.
못 할 것도 없지 않나. 뭐, 그리 힘든 것도 아닌데.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라고 말하는 어린이 삶이 왜 뒤로 밀려나야만 하지. 거듭 생각해보고 고쳐나가야 할 일이다. 적어도 학교 안에서만이라도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12월로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여전히 반팔 차림이다. 올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계획도 세워야 하는데 몸이 그걸 전혀 못 느끼고 있다. 그런데 오늘 학예회에서 큰 선물 하나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는데 '어쩜, 아이가 저렇게'할 정도로 흥겹게 잘 부른다. 마치 하늘의 사랑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 같다. 덕분에 잠시 연말 분위기에 취해 본다.
오늘 학예회를 격려하고 케이팝 공연을 보여 주기 위해 주최 측에서 한국에서 걸그룹을 초청한 줄 알았다. 중학교 선배들이 찬조 출연하여 케이팝의 멋을 후배들에게 선사했다. 후배들은 진짜 연예인이라도 본 듯 넋을 잃고 바라보고, 관객들 또한 연예인을 대하듯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선배들의 열정으로 무대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무대는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5, 6학년 학생이 꾸민 뮤지컬 <누가 죄인인가>. 우리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재판 과정이다. 어린 학생들의 실감 나는 연기에 감정이입이 된다. 관객들 일부는 눈물을 보인다. 우리는 한국인, 우리 가슴에는 안중근의 외침이 찌릿하게 울려온다.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를 살해한 미우라는 무죄. 이토를 쏴 죽인 나는 사형."
마무리는 역시 아리랑 합창이다. 함께 부르는 아리랑이 오늘따라 전혀 새로운 느낌이다. 아리랑 가락이 어제를 치유하고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스며든다. 올해 한 해 많이 힘들었다. 함께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서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낯선 곳에서 서로 힘이 되자고.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함께하자고.
오늘 학예회는 프놈펜한국국제학교 학부모뿐만 아니라 프놈펜에 거주하는 많은 교민이 함께했다. 교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 아이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또는 내 아이의 예쁜 모습을, 대견한 모습을 보기 위해 기꺼이 시간 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학예회를 마치고 나가면서 하는 말들, '눈물', '애국심', '감동', '대단하다', '선생님들 진짜 수고 많았겠다' 등등.
아니, 오늘 아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여 주기 왔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로부터 격려받고, 힘을 얻어 나간다. 이래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나?
캄보디아 교민들은 올해 앞이 보이지 않아, 내일을 알 수 없어,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고, 그 정체성으로 우리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아이들을 보며 내일의 희망을 품는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 우리 아이들이 한 줄기 빛이고 희망이다.
학예회에 참여한 한 학부모님의 말씀이다.
"오늘 학예회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보여 준 열정적인 무대가 너무 대견하고 수준 높은 학예회였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해외 주재 한국 국제학교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다. 해외에 있는 한국학교는 배움의 터전을 넘어선다. 학교는 교민들의 삶의 중심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우리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그 길은 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 해 캄보디아 교민들은 단 하루도 마음 편안한 날이 없었다. 교민들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피해는 오로지 교민들 몫으로 남아 있다. 교민들의 우울하고, 불안하고, 암담한 현실을,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누가 달래 줄까? 마음 놓고 안길 곳이 없다.
12월 11일,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초등부 학예발표회가 CKCC(Cambodia Korea Cooperation Center) 강당에서 열렸다. 강당 입구에는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껴지도록 한글 사랑과 조선 왕실의 모습이 꾸며져 있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강당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간다.

▲CKCC(Cambodia Korea Cooperation Center) 강당 입구에 꾸며져 있는 한글 사랑 ⓒ 정호갑관련사진보기
구양주 교장의 인사말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 아이들 공연을 보며 함께 웃고 박수치고, 즐기다 보면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작은 빛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우리 아이들 속에서 해외의 낯선 땅에서도 대한민국의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구양주 교장이 학예발표회를 관람하러 온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학예회를 보러 왔다. ⓒ 정호갑관련사진보기
보통 학교에서 하는 여느 학예회는 어른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애잔한 마음이 뒷맛으로 남아 씁쓸하였는데, 빛과 희망이라니. 그렇게 학예회 문이 열렸다.
초등학교 1학년 부채춤으로 학예회 문을 열었다. 초등학교 1학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은 넘치고 넘쳐난다. 그런데 자기 몸만 한 부채를 들고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자 애쓰는 마음이 그대로 와닿는다. 관중들은 어린 천사들의 강림을 박수와 환호로 맞이한다. '나 조금 틀렸어. 너무 속상해'하는 듯한 안타까운 표정으로 무대를 내려오는 그 모습조차도 너무 아름답다.

▲초등학교 1학년 부채춤 공연 ⓒ 정호갑관련사진보기
이어지는 리코도 선율에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간다. 마을 풍경, 친구와 장난치며 학교를 오가던 모습, 학교 마치고 친구들과 여기저기로 쫓아다니던 모습, 명절날 설레던 기분,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하였던 시간. 그때는 조금 부족하고 아쉬웠는데, 오늘은 그때가 그리워진다. 리코더 연주가 끝 날쯤, 그동안 조금씩 내 마음에 쌓여왔던 먼지가 선율에 따라 다 날아간 느낌이다. 몸이 가벼워진다.
한국인이라면 뼛속 깊이 스며있는 탈춤, 사물놀이, 태권도. 태권도에서 우리의 강인한 힘이, 꽹과리 소리에서 우리의 흥이 솟아나고, 북소리에서 잠자고 있던 우리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흥이고 두근거림인가? 관중석에서 "얼쑤", "잘한다"라는 추임새를 넣어 준다. 우리의 정체성에, 그 정체성으로 인한 공감에 기분이 절로 올라오고 새로운 힘이 생긴다.
우리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노래한다. '싸우지 않는 세상, 평화로 가득한 곳', '웃음 많이 넘치는, 행복 가득한 세상', '사람 많이 모여도 안전한 세상', '사랑하는 친구와 매일 같이 모여서', '꽃과 새가 노래하고, 동물들과 어울려', '넓은 잔디밭에서 맘껏 뛰게 해주세요'.
못 할 것도 없지 않나. 뭐, 그리 힘든 것도 아닌데.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라고 말하는 어린이 삶이 왜 뒤로 밀려나야만 하지. 거듭 생각해보고 고쳐나가야 할 일이다. 적어도 학교 안에서만이라도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12월로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여전히 반팔 차림이다. 올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계획도 세워야 하는데 몸이 그걸 전혀 못 느끼고 있다. 그런데 오늘 학예회에서 큰 선물 하나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는데 '어쩜, 아이가 저렇게'할 정도로 흥겹게 잘 부른다. 마치 하늘의 사랑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 같다. 덕분에 잠시 연말 분위기에 취해 본다.
오늘 학예회를 격려하고 케이팝 공연을 보여 주기 위해 주최 측에서 한국에서 걸그룹을 초청한 줄 알았다. 중학교 선배들이 찬조 출연하여 케이팝의 멋을 후배들에게 선사했다. 후배들은 진짜 연예인이라도 본 듯 넋을 잃고 바라보고, 관객들 또한 연예인을 대하듯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선배들의 열정으로 무대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중학교 선배들 찬조 무대 ⓒ 정호갑관련사진보기
무대는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5, 6학년 학생이 꾸민 뮤지컬 <누가 죄인인가>. 우리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재판 과정이다. 어린 학생들의 실감 나는 연기에 감정이입이 된다. 관객들 일부는 눈물을 보인다. 우리는 한국인, 우리 가슴에는 안중근의 외침이 찌릿하게 울려온다.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를 살해한 미우라는 무죄. 이토를 쏴 죽인 나는 사형."
마무리는 역시 아리랑 합창이다. 함께 부르는 아리랑이 오늘따라 전혀 새로운 느낌이다. 아리랑 가락이 어제를 치유하고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스며든다. 올해 한 해 많이 힘들었다. 함께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서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낯선 곳에서 서로 힘이 되자고.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함께하자고.
오늘 학예회는 프놈펜한국국제학교 학부모뿐만 아니라 프놈펜에 거주하는 많은 교민이 함께했다. 교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 아이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또는 내 아이의 예쁜 모습을, 대견한 모습을 보기 위해 기꺼이 시간 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학예회를 마치고 나가면서 하는 말들, '눈물', '애국심', '감동', '대단하다', '선생님들 진짜 수고 많았겠다' 등등.
아니, 오늘 아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여 주기 왔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로부터 격려받고, 힘을 얻어 나간다. 이래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나?
캄보디아 교민들은 올해 앞이 보이지 않아, 내일을 알 수 없어,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고, 그 정체성으로 우리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아이들을 보며 내일의 희망을 품는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 우리 아이들이 한 줄기 빛이고 희망이다.
학예회에 참여한 한 학부모님의 말씀이다.
"오늘 학예회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보여 준 열정적인 무대가 너무 대견하고 수준 높은 학예회였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해외 주재 한국 국제학교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다. 해외에 있는 한국학교는 배움의 터전을 넘어선다. 학교는 교민들의 삶의 중심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우리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그 길은 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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